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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바리스타 할머니의 구수한 서비스 - 문화공감 수정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2-17 조회 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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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바리스타 할머니의 구수한 서비스 - 문화공감 수정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에서 내려 경남여중을 지나 산복도로를 조금 오르다보면 우뚝 솟은 빌라 옆으로 기와집 한 채가 보인다. 부산 도심에 난데없는 기와집이다. 그런데 풍기는 인상이 단순한 기와집이 아니다. 기와집 입구의 도로변에는 작지만 정갈하게 가꾸어진 꽃밭이 있고, 꽃밭 뒤로는 대문까지 계단이 이어져 있다. 대문은 그냥 대문이 아니라 솟을대문으로 머리에 지붕을 이고 있다. 담 너머로 보이는 정원수들 또한 예사롭지 않다. 들어갈 때 왠지 옷 매무시를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집이다. 


도로변 꽃밭 위 가로로 길게 늘어선 나무 패널에 이 집의 문패가 걸려 있다.  ‘문화공감 수정 文化共感 水晶’.


도로에서 본 문화공감 수정 전경. 높은 굴뚝이 인상적이다. 왼쪽의 빌라 건물도 원래 공감 부지였다. 


문화공감 수정은 전형적인 2층식 일본 가옥구조다.


이 집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일본인 철도청장의 별장으로 지어졌다. 그러다 해방 이후 1960~70년대는 정란각이라는 요정으로 변신했다. 전통적인 일본가옥 구조를 하고 있어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본래는 400평 규모로 연못까지 갖추고 있었으나 요정문화의 쇠퇴로 인한 경영난으로 소유주가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을 팔았다. 팔려나간 자리에는 빌라가 들어서 있다.

 
자칫 헐릴 수도 있었던 이 집이 반쪽이나마 지금의 모습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2010년 문화재청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매입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이 곳을 3년가량 대대적으로 보수한 뒤 문화유산 국민신탁에 관리를 맡겼고, 국민신탁이 지난해 6월 문화공감 수정이라는 이름의 찻집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화공감 수정의 이미경(56) 관장은 “찻집이라기 보다는 관광명소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며 입을 연 뒤 “연세 드신 분들은 물론  의외로 젊은세대가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부산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탓에 젊은층들이 방문한 뒤 SNS나 인터넷으로 소개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4월 여가수 아이유가 이곳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층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도 평일 오전 10시경이었지만 고교생, 대학생 외에 유아를 동반한 젊은부부들, 20~30대 여성층이 다다미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환담하거나 집안과 마당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관장은 목조가옥 2층의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복도가 아이유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바로 그곳으로 가장 인기있는 사진 촬영 장소라며 취재진에게도 사진찍기를 권했다.


찻집 방문객 수는 하루 평균 주중에는 60~70명, 주말에는 200명 정도다. 메뉴는 대추차, 유자차, 모과차, 생강차 등 전통차가 주류이며,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판매한다. 가격은 4000원으로 동일하다.


공감의 종업원들은 모두 60세 이상 시니어들이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소속의 어르신 14명이 오전과 오후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주 2, 3회, 1회 평균 4시간씩 근무하고 한달 30만원가량을 받는다.


취재 도중 취재진이 주문한 차를 가져온 박경애(66) 씨에게 2층까지 오르내리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아직 무릎도 튼튼하고 해서 별 문제가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또 젊은층 손님들 중에는 자리가 2층인 경우 1층 카운터에서 주문한 뒤 아예 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직접 가지고 가는 등 시니어 종업원들을 배려하기도 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할머니 종업원들의 구수한 부산사투리도 기존 찻집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서울에서 온 젊은 여성 손님들은 자신들의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 종업원들이 “잘 가이소! 또 오이소!’라고 인사하면 우스워서 깜빡 넘어간다고 한다.


할머니 바리스타 박경애 씨가 공감에서의 근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 씨는 원래 조리사 자격증으로 유치원에서 일했다. 그러다 다리를 다쳐 쉬고 있던 중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을 통해 공감이 문을 열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근무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감의 개업이 지연되면서 동구 이바구길에서 2년가량 근무하다가 공감이 문을 열자 옮겨왔다.

 

“조리사나 바리스타와 같은 일이 내 취향과 맞다”는 박 씨는 어떻게 60대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생각을 하게됐느냐고 묻자 서슴없이 “바리스타 자격증은 60대의 로망이잖아요”라고 대답했다. 60대가 청춘이라는 고령화시대라지만 막상 60대 젊은 할머니의 입에서 바리스타가 로망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생경하면서도 세월이 변했음을 실감했다. 같이 근무하는 분들 역시 기본적으로 음식이나 차 등을 만드는 분야에 흥미가 남다르거나,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박 씨는 “돈이 목적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던 차에 이 카페가 문을 열자마자 와서 일하게 돼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종업원들이 전망이 탁트인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 관장은 “시니어 종업원은 복지관과 연계해 채용하고 있는데 나이, 학력, 외모보다는 마음가짐과 건강을 우선한다”며 “기본적인 서비스교육을 조선비치호텔로부터 정기적으로 받고 있어 손님들에게 특급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며, 거기에 시니어분들 특유의 정이 있어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물론 나로서도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공감과 오랜 인연이 있다. 태어난 곳이 공감 인근이다. 초중고 시절 등하교를 하면서 숱하게 이 기와집을 봤다. 결혼 후 서울의 전통공예 분야에서 활동하다 어릴 때 아주 좋은 기와집으로만 알고 있던 이 집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때 한번 들어가 보는 것이 꿈이었던 이 집의 관장을 맡게 돼 소원의 반을 풀었다는 이 관장은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 문화공감 수정을 이름 그대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현재 문화공감 수정은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330호로 지정돼 있다. 보수가 필요해 못을 하나 박더라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손님들로 인한 주차 소음 민원으로 지역사회에 불편을 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문화공감 수정의 이미경(왼쪽) 관장이 취재진에게 공감의 역사와 현황 및 장래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이 관장은 “봄가을음악회를 비롯해 청소년 대상의 근대역사탐방 프로그램, 전통공예 강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뒤 올해 3월까지는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했으나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접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는 이 관장은 여건이 나아지면 게스트하우스도 다시 열어 체류형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고야재 김찬석 기자
yaja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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