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칼럼

부산 북항 복합리조트개발에 관하여

“복합리조트(IR)는 마이스산업이 핵심인프라인데 문제는 카지노다.” 이것은 부산 북항의 복합리조트개발과 관련한 첫 원탁회의가 열린 2016년 12월 공론화한 이래 지난 5월 14일 제9차 원탁회의까지 1년 4개월여를 뚜렷한 성과 없이 흘려보내고서 나온 결론이다.

이런 결론은 관광거점으로서 카지노복합리조트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단독 카지노만의 사행성이라는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도출해낸 결론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카지노경제학(Casinonomics)」의 저자 워커(Walker, D.M.)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카지노는 2010년에 개장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다.”라고 했다(2013). 싱가포르는 카지노복합리조트개발을 통해 카지노복합리조트의 궁극적 목적인 복합리조트 전체 자금원으로서의 카지노 구축, 카지노 규제정책시스템 구축, 경제적 파급효과 극대화, 관광경쟁력 우위선점, 국가브랜드이미지 제고 등을 성공적으로 달성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허브로 우뚝 섰다.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회장 아델슨은, ‘복합리조트의 핵심인프라가 카지노임을 강조하면서도, 카지노와 마이스가 함께 있어야 시너지효과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다. “복합리조트의 성패는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집객(集客) 여부에 달려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세계 최대의 컨벤션 개최지가 된 것은 낮에는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마이스시설이 있고 밤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카지노고객은 주로 주말에 오기 때문에 주중의 빈 객실을 채우려면 마이스산업이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

리콴유 총리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었는데, 왜 그 아들 리센룽 총리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카지노출입을 허용하면서까지 카지노복합리조트를 유치했을까? 리센룽 총리의 말처럼 경쟁력 우위의 확실한 카지노복합리조트라면 일자리창출,  경제적 파급효과 극대화, 관광경쟁력 우위선점, 국가브랜드이미지 제고 등등 카지노복합리조트 콘셉트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당시 싱가포르는 미래경제에 대한 국가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카지노복합리조트 투자비는 마리나베이샌즈 58억 달러(한화 약 6.2조원), 리조트월드센토사 49억 달러(한화 약 5.4조원)였다. 이런 거대규모의 카지노복합리조트 투자를 유치하는 조건은 내국인의 카지노출입을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심각하게 카지노복합리조트를 연구했다. 연구결과, 싱가포르의 방지책만으로는 자국민의 해외 카지노이용을 억제키 어렵다는 점과 카지노 출입금지보다는 상습도박자의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대안일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카지노그룹 MGM의 CEO 가말 아지즈는 내국인의 카지노출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카지노는 복합리조트 전체 면적의 5%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 말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카지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카지노가 없으면 아예 그 리조트에 가려하지 않는다(2012).”

복합리조트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서 주도적·정책적으로 카지노를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만들고 21세기형 서비스산업으로 키운 것이다. 그 내용은, “세계적인 복합위락레저단지로서의 카지노”라는 개발구상을 갖고 기본적으로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카지노리조트(카지노+호텔+쇼핑센터+레스토랑 등)에다, 카지노복합리조트개발사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마이스시설, 미술관, 과학관, 예술관 등 공공시설과 엔터테인먼트 및 세계적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건물을 건립하도록 하여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카지노복합리조트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카지노복합리조트 도입을 반대하는 대국민 설득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카지노는 대규모 복합리조트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작지만 복합리조트 전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데 있어 필수시설이다(2005).”

홍선경은 싱가포르 산업연관분석을 이용한 카지노산업의 생산·고용유발효과를 분석한 결과, 리센룽 총리의 대국민 발언의 요지는 '카지노를 통해 복합리조트 전체 재정을 확보하려는 것'임을 간파하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카지노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 두 곳 모두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면적은 5% 미만이지만 복합리조트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카지노에서 올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 정부가 개장을 승인한 것은 복합리조트지만 실질적으로는 복합리조트가 아닌 카지노를 승인한 것이다(2012).”

싱가포르 정부는 복합리조트 투자조건인 싱가포르 내국인의 카지노출입 허용에 대해 내국인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만 했다. 이리하여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초로 가장 강력한 카지노규제정책(카지노규제법 제정 및 카지노규제청 설립)을 수립하게 되었다. 복합리조트 카지노산업이 경제적·문화적·사회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산업이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진다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부정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카지노규제정책)을 통해 카지노규제법이 제정되고 카지노규제법을 집행하기 위해 카지노규제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지노 법학자 니콜 로드윅(Nicole Laudwig)은 “강력한 카지노규제정책이 카지노산업을 성공적이게 한다.”고 했다. 그 뜻은 정부가 엄격한 카지노 허가과정과 카지노영업에 대한 엄격한 감사를 실시하여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징계조치를 취하여 카지노산업이 책임감 있게 성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제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싱가포르가 단 2개의 카지노를 갖고서도 35개의 카지노를 가진 마카오보다 마진율에서 높다며, 카지노복합리조트의 성장성은 엄격한 규제정책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2012).

싱가포르 카지노규제법은 13개 파트에 총 202개 조항을 두고 있다. 카지노규제청은 8개 전문부서에 150명의 전문가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이 효과적으로 카지노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8개의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자문 및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북항재개발  조감도

우리나라는 관광진흥법상의 카지노 관련 10개 조항 및 카지노 허가에 관해 관광진흥법의 특례를 인정하는 특별법들이 전부인 실정이다. 특별법들에는 폐광지역특별법, 기업도시특별법, 경자구역특별법, 새만금특별법들이 있다.

관광진흥법 상의 카지노관련 10개 조항과 특별법만으로 급성장하는 복합리조트 카지노산업을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체계적인 카지노규제법 및 카지노규제기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관광진흥법에서 카지노의 허가조건, 시설기준, 운영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카지노규제기관의 설립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으며, 카지노규제기관이 없기 때문에 카지노규제의 전문성과 계속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본격적인 복합리조트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카지노규제법 제정 및 카지노규제기관 설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전 세계 카지노시장은 2004년 카지노숫자 2천485개에서 2010년 4천957개로 99.5% 증가세를 보이며 지속성장하고 있다(김미경, 2014). 2014년 세계 카지노시장은 매출액기준 약 250조원 규모로서 가히 폭발적이다. 전 세계가 싱가포르의 카지노복합리조트를 벤치마킹하면서 경쟁력우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일본의 오픈카지노(내외국인출입 카지노)복합리조트가 개장된다면 한국의 관광시장은 위기에 봉착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고야재, 오상근, 김진옥 기자/aceof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