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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로 만든 책
정년없는 자원봉사-음성도서 낭독 봉사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07-27 조회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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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로 만든 책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본 장노년층은 스펙이나 경력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연령 제한에서 대부분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같이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과의 위화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면접관의 이야기도 자주 듣는 거절 멘트 중 하나다. 나 역시 IMF라는 피해갈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 강제실직을 당했다. 그러나 일상사는 무심하게 흘러 아들의 군대 입대와 제대, 대학 졸업, 모친의 사망, 본인의 수술 등 다사다난했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로 무력감, 우울증에서 헤맬 때 점자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한번 해보라는 아들의 권유를 받았다. 검색 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있는 부산점자도서관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 장의 원고를 받아들고 실로 오랜만에 한 평이 될까 말까한 녹음실 마이크 앞에 앉았다. 방송사 아나운서 경력에도 불구하고 오디오 테스트는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무수히 많았던 구직에서의 연령 제한은 없었고, 당연히 사흘 후부터 바로 녹음 봉사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가 2008년 5월쯤이었다.


   녹음 봉사자의 자격이나 조건은 시각장애인에게 음성도서가 전달되는 것이므로 발음이 정확하고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으나 모든 자원봉사가 그러하듯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더러 녹음 도중에 아무 연락도 없이 그만 두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본인의 시간이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음성도서 제작 과정은 먼저 도서 선정이다. 문장이 읽기 쉽고 복잡하지 않아야 하며, 여러 인물의 대사가 동시에 많은 것은 혼자 낭독하는 것이므로 차별화가 어렵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으나 번역본은 문장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피하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나 필요도서를 선정해 사서가 구입한 도서 중에서 선택하는데 특별히 회원의 요구로 개인이 소장한 도서를 낭독하는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좀 오래되거나 베테랑 봉사자들에게 녹음을 맡긴다. 도서 선정을 하면 일차 녹음을 시작한다. 한 파일당 약 30분씩 녹음하고 보통 20쪽 정도의 분량이 녹음된다. 도서 한 권당 20~25개 정도의 파일을 녹음한다고 보면 두 달 가량에 책 한권을 녹음하게 된다. 다음은 편집 과정을 거친다. 기본 음량을 확장하고 노이즈 제거, 잘못 읽은 부분의 수정 녹음까지가 봉사자들의 작업이다. 그 다음부터는 도서관 선생님들의 몫이다. 다시 한 번 더 검독하고 배경음악, 복사, 검수를 거쳐 대출실 자료 담당에게로 넘긴다.


녹음 중인 기자


   이렇게 한 권의 음성도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대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령에 의해 시각장애인에게 배달되는 음성도서는 우편료가 무료이며 여기서 제작된 음성 도서는 전국으로 배달된다. 현재 부산에서 음성 도서가 제작되는 곳은 사상구 덕포동 점자도서관과 남구 대연동의 점자도서관 분관 등 2곳이다. 점자도서관에서는 이외에도 일반도서를 점자도서 제작도구를 이용하여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봉사를 비롯해 많은 자원봉사가 필요하다. 참여를 원한다면 점자도서관(www.angelbook.or.kr 본관 051-302-9010, 분관 051-626-9014)으로 연락하면 가능하다. 
  

 중간에 취업이나 질병 등으로 잠깐씩 빠진 적도 있었지만 2008년도부터 시작한 녹음 봉사가 1000시간이 훌쩍 넘었다. 몇 해 전 11월 4일 ‘점자의 날’에는 낭독 부문에서 우수 자원봉사자상을 받았다. 내 이름이 불려 단상에 오를 때 울컥했다. 과연 온전히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상 받을만한 봉사를 했는가를 반문하니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내가 녹음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한 회원이 함께 상을 받게돼 너무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스스로에게 대견하기도 하고 참으로 의미있는 부끄러운 상이었다.


   누군가 자원봉사의 자격에는 행복, 겸손, 사랑이 있어야 한단다. 그렇다면 점자도서관에서의 낭독봉사는 충분히 행복하다. 게다가 요즘은 한창 인기 있는 도서를 녹음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제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나지 않은가. 나의 음성도서를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순 기자  leesoon10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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