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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 마을기업
토끼는 절대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08-11 조회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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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절대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을 무시함으로써 논리상 불가능한 이야기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풀어냈다. 그래서 '제논의 역설'이라 불린다. 얘기인즉 이렇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한다. 여유만만한 토끼는 100m를 양보해주는 미덕(?)을 보인다. 그런데 시합이 시작되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토끼는 순식간에 100m를 따라 잡는 순간, 거북이는 1m를 기어간다. 다시 1m 를 따라가니 1cm를 달아난다. 거북이는 이렇게 해서 토끼와 거북이의 간격은 줄어들지만, 토끼는 결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 수열의 극한 개념이 적용된 재미있는 말장난이라 하겠다.

   

하지만 엉터리로 치부하기엔 역설이 시사하는 바가 만만찮다. 우리 삶에도 깊이 생각할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느림의 경제학이자 속도의 철학이 아닌가 싶다.

이제 '역설의 경제'에 주목할 때다. 가장 빠른 길만 달려 경쟁자를 떨쳐 버리고 독불장군이 되고자 하는 탐욕의 경제는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는 '명(命)을 알라'고 신신당부했다. 쉽게 말해 너의 한계를 알고 너만의 속도를 지키라는 충고였다. 함께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과 딱 맞아 떨어진다. '행복한 동행'이라는 의미가 바로 이것일 테다.

맞다. 열심히 길을 가다가도, 발걸음을 멈춰 힘들어하는 동반자를 다독여서 함께 가는 느림의 경제가 바로 거북이다. 남을 넘어뜨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더 성장시키는 착한 경쟁,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게 착한 기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을기업. 이미 전국에 희망의 씨앗이 골고루 뿌려졌다. 이를 잘 돌봐서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잘 알다시피 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 사회의 활성화를 지향한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2010년 시범 도입에 이어 이듬해 550개로 출발한 마을기업이 5년이 지나 3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총 매출액도 197억 원에서 13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껑충 뛰었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욱 눈부시다. 3100명이던 것이 1만 6100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일반 및 전통식품과 관광체험이 주로 이뤘던 업종도 교육, 재활용, 물류 배송, 의류 신발, 사회복지, 에너지, 유통 등으로 가지를 쭉쭉 뻗어나갔다. 지역 주민 5명 이상이 출자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2년 간 8000만 원 까지 사업비를 지원한다. 그야말로 지원이 든든하다.


   

'스타' 마을 기업도 많이 등장했다.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실천해 주민들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 우수 마을기업이 73개에 달한다.

개인적 불행을 불굴의 오뚝이 정신으로 딛고 일어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재활의 삶을 살아가는 부산의 (주)희망나눔세차는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희망나눔세처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숙인들(쪽방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마을기업니다. 이혼이나 실직, 가출 등으로 실망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에게 재기의 꿈을 영글게 해주는 희망의 직장이 이곳이다. 2013년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총 25명을 고용했고, 현재 쪽방 주민 명을 포함한 8명이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다. 2014년 연매출 4000만 원에서 1년 만에 배가 넘는 8500만 원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긋고 있다. 근무자 전원이 세차 수입을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기업 내 신뢰와 유대감이 확고한데다 일에 대한 열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성공 요인은 또 있다. 주위의 연민과 동정으로 끌어올린 매출 구조가 아니다. 희망나눔세차는 다른 세차장이 갖지 못한 기술과 노하우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이름하여 '친환경 초음파 에어세차 회오리 공법'. 초음파 장비를 이용해 최소한의 물로 세차를 한다. 물을 아끼면서, 오폐수 배출도 거의 없는 일석이조의 친환경 방식이다. 여기에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출장세차'까지 해주니 매출이 급증할 밖에. 그들의 상처난 마음은 세차를 통한 희망 되찾기로 치유되고 있다.

이처럼 마을기업들은 착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가는 '풀뿌리 경제'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고령화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마을 기업의 존재가 무척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을기업 육성에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러시아 시인 이반크릴로프의 '엉뚱한 비구름'을 보자. 먹구름이 메말라 지친 땅에 비 한 방울 뿌리지 않고, 바다에 내리쏟았다. 그리고선 높은 산에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한다. 산이 코웃음쳤다. "너는 그 시원한 빗줄기를 신음하는 논밭에 뿌렸다면 드넓은 농지를 해갈시켰을텐데. 큰 바다는 네 도움이 없이도 물이 충분하잖니."

필요한 고세 적절한 도움을 줘야한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제 마을기엄의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질적 고도화를 지향해야 한다. 마을기업은 착한 기업이어야 하고, 행복한 기업이어야 하며, 슬로 푸드처럼 '슬로 기업'이 되어야 마땅하다.

- 주원기자, 최원열기자, 최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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